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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인터뷰- [클로즈업 북한] 北 기록영화의 정치학…무엇을 노리나?
번호
38
작성일
2017-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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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북한] 北 기록영화의 정치학…무엇을 노리나?
입력 2017.03.11 (08:08)

 

<앵커 멘트>

최근 북한 관련 뉴스를 보시면서 특히 김정은 관련 화면이 상당히 생생하다고 느끼신 적 있으신지요?

북한이 정권 초기부터 꾸준히 만들고 방송하고 있는 이른바 기록영화가 그 배경에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 정권 들어 기록영화는 보다 치밀하고 다양한 편집 기법을 이용하고 있는데요.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북한의 기록영화가 어떻게 제작되고 어떻게 활용되는지 심층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북한이 ‘화성-10호’로 부르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이 화염과 함께 솟구쳐 오른다.

<녹취>北 기록영화 ‘위대한 령도...2016년의 영웅적인 투쟁사를 전한다’(지난 1월 24일) : “주체 조선의 핵공격 능력을 강화하는 데서 거대한 우위를 가지는 지상 대 지상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

모니터로 비행 궤적을 지켜보던 김정은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측근을 끌어안는다.

지난 1월 말, 북한이 새로 제작해 방영한 기록영화.

북한은 이를 통해 사진으로만 공개했던 무수단의 발사 장면을 반 년 만에 동영상으로 내놨다.

각종 산업 현장을 방문한 데 이어 자신의 대관식을 치른 36년만의 노동당대회에 참석한 김정은.

권력자 ‘찬양영화’의 성격이 짙은 북한 기록영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한해 많게는 30편 가까이 제작되는 북한의 기록영화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주로 전체주의 국가에서 선전과 선동을 위해 만들어 온 기록영화.

대표적인 예가 독일의 나치 정권이다.

<인터뷰>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뿌리는 그 전에도 있었지만 본격화 된 건 나치시대부터 보고 있거든요. 나치의 그 베를린 올림픽이 기록영화의 교과서로 보고 있는데, 전체주.. 전체국가에서 전체주의적 차원에서 선전이라든지 체제 정당화를 위해서 사실 발전된 것이 기록영화라고 볼 수가 있겠죠. ”

이런 기록영화의 중요성을 일찍이 간파한 김일성은 분단 직후 기록영화제작소를 설립했다.

1946년 첫 기록영화를 만들어 체제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시작하더니 1960년대 들어 김일성 우상화 시도가 본격화됐다.

1980년대부턴 김정일로의 세습을 염두에 둔 기록영화들이 제작된다.

<영화 예술론>이라는 지침서까지 펴냈던 ‘영화광’ 김정일은 시리즈물을 제작하는 등 기록영화의 폭을 넓혔다.

이런 과정 속에서 북한은 최고 권력자와 관련된 방대한 영상 자료를 확보했다가 필요할 때 이를 활용하는 특징을 갖게 된다.

<인터뷰> 김승(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 “독보적인, 특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북한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서 기록영상 즉 영상소스로 보관하고 있다가 근거자료로 내세우는 그런 능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고용희의 사례로 볼 수 있는데요.”

오랜 세월 김정일의 곁을 지켰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정은의 생모 고용희.

김정은은 집권과 동시에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고용희의 영상과 육성을 담은 기록영화로 우상화를 시도했다.

<녹취> 고용희(北 김정은 생모/2004년 사망) : “저는 그 사랑보다도 더 위대하고 고귀하며 더 진하고 힘 있는 것이 바로 믿음이라는 것을 장군님과 함께 해 온 30년 세월에 느꼈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우리 장군님께서 오늘처럼 내내 건강하실 것과 장군님전사 우리들 모두가 맡겨진 본분을 잘할 것을 다짐하며 축배를 들 것을 제의합니다.”

이러한 기록영화는 주민들에게도 어느 정도 선전 효과가 있었다고 탈북민들은 말한다. 

<인터뷰> 박현숙(2014년 탈북) : “우리가 김일성이 때는 진짜 막 그 현지 지도하는 그 기록영화를 보면서 같이 막 울었어요. 그 진짜 그 논두렁길을 같이 걷고 뭐 뙤약볕에도 나무그늘 밑에서 농민들하고 같이 앉아서 소담도 나누고 또 공장에 가서 막 불붙는 용광로에 가서 같이 땀도 흘리며 이런 걸 볼 때 야, 정말 인민의 수령이구나 하는 걸 막 내 자신이 나도 와~ 이렇게...”

김정은도 이러한 기록영화의 효과를 적극 활용해 왔다.

김정일이 사망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2012년 1월, 김정은을 우상화하는 첫 기록영화가 TV로 방영됐다. 

<녹취> 北 기록영화 ‘백두의 선군혁명 위업을 계승 하시여’(2012년 1월) : “세기를 이어가며 승리 떨친 우리 혁명은 또 한분의 장군, 최고 영도자를 맞이했습니다.”

말을 타고 달리는 김정은의 모습으로 시작해, 김 씨 일가의 우상화 성지인 금수산 태양궁전을 방문하고, 해군 함정 등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지휘하는 모습을 통해 정권의 계승자임을 거듭 강조한다.

그 이면엔 치밀한 편집 기법이 담겨있다.

<인터뷰> 김승(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 “이 기록영화에서 보다 좀 우리가 주목해야 될 점은 전이기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전이기법은 명망 있고 권위 있는 어떤 것에 대한 권위를 빌려와서 자신의 권위를 높이는 방법인데요. 이 기록영화에서는 영도의 계승을 설명하기 위해서 3부자에 대한 교차편집을 하고 있습니다.”

별개의 장면을 교차해 보여주며 장면간의 연결점을 연상하도록 하는 교차편집 기법.

실제 영화에선 청년 김일성의 모습이 먼저 등장한 뒤 김정일의 모습으로 화면이 전환되고, 뒤이어 김정은도 비슷한 모습으로 주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녹취> 北 기록영화 ‘백두의 선군혁명위업을 계승 하시여’ : “사상과 영도, 덕망은 물론 태양의 인품까지도 어버이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 그대로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

이러한 교차편집 기법을 끊임없이 반복해 김정은을 정권의 계승자로 인식시키는 효과를 노리고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러한 기법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녹취> 北 기록영화 ‘백두의 선군혁명위업을 계승 하시여’ : “위대한 수령님(김일성)께서 개척하시고 경애하는 장군님(김정일)께서 승리로 이끌어 오신 주체의 선군혁명위업을 경애하는 최고 사령관 김정은 동지를 영도의 중심, 단결의 중심으로 높이 모시고 빛나게 계승 완성해 나갈 것입니다.”

2년 뒤 방영된 김정은의 우상화 기록영화에서는 아예 대놓고 할아버지 김일성의 이미지를 차용하기 시작한다.

<녹취> 北 기록영화 ‘어머니당의 품 - 우리 아버지’(2014년 6월) : “원수님의 하늘같은 사랑과 온정 속에 자라는 우리 어린이들처럼 복 받은 세대 세상에 없습니다. ”

어린이병원을 방문하고, 고아원의 어린이들과 어울리는 김정은.

이어 김일성 시대에 대표곡인 <세상에 부럼 없어라>를 배경으로 꽤 오랜 시간 등장하는 김일성의 모습.

치밀한 전략이 숨어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인터뷰> 김승(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 “한마디로 김일성 시대를 호출하고 있습니다. 기록영화에서 투영된 김정은과 김일성의 동선과 제스처는 상당히 유사합니다. 다큐멘터리는 기억의 극장이기 때문에 과거의 공간에 새로운 이미지가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과거의 기억을 불러오게 되는 것입니다. 이른바 김정은의 김일성 따라하기는 이러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카메라 위치의 변화를 통해 이 같은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김일성과 달리 김정은은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 스스로 바닥에 앉고 아이들을 자신의 무릎에 앉힌다.

자연스럽게 카메라의 눈높이도 아이들에게 맞춰진다.

<인터뷰> 김승(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인교수) : “영상적인 측면에서 특징적인 모습이 아이들과 눈을 맞춘다는 것입니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는 자신들의 시각에서 아이들을 바라봤지만 김정은은 아이들과 눈을 맞춤으로서 더욱더 친근한 어버이 상을체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집권 5년차를 맞은 지난해부터 김정은은 기록영화에서 자신만의 업적을 본격적으로 내세우기 시작한다.

7차 노동당 대회를 마친 직후 공개한 새 기록영화.

군사력을 과시하는 군부대 시찰 모습과 그동안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의 모습을 담아 실적으로 내세웠다.

<녹취> 北 기록영화 ‘혁명의 최전성기를 펼쳐주시여’ : “미제가 핵으로 우리를 위협하던 시대를 영원히 끝장내게 하시고 위대한 당, 위대한 조국, 위대한 인민을 세계가 우러러보게 하신 백두산 장군의 비범하고 특출한 영도가 안아온 역사적인 대장고! 민족사적인 특대 사변!”

화면을 연출하는 기법도 한층 다양해졌다.

장엄한 백두산을 배경으로 마치 프로필 사진을 찍듯 홀로 서 있는 김정은의 모습.

비행기 등 높은 곳에서 내려찍는 부감촬영은 웅장한 효과를 주고, 한층 동적인 카메라의 움직임으로 젊고 활동적인 느낌을 강조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른바 ‘거리 줄이기 전략’의 극대화다.

김정은을 향해 달려가 품에 안기는 어린이들부터 팔짱을 끼고 손을 부여잡으며 환호하는 사람들.

<녹취>北 기록영화 ‘혁명의 최전성기를 펼쳐주시여’ : “인민 사랑의 최고 화신이신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계시어 원수님과 인민은 가르려야 가를 수 없는 혼연일체가 됐으니...”

김정은을 따라 물속에 뛰어들고, 심지어 통제선이 무너져 경호인력이 당황하는 듯한 모습까지, 기록영화는 반복해 보여주고 있다.

<인터뷰>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김정일은 대게 스탠드해서, 도열해서 찍는 게 많았거든요. 김정은은 예를 들어서 배 함대를 간다 그러면 김정은은 갑판에 올라가서 사진 찍고 동영상 찍고 그렇거든요. 다른 거죠.찍는 장면이나 이런 것들도 보면 젊은 병사들이 와서 팔짱끼고 이런 것들이 많거든요. 김정은은 젊고, 액티브하고 그런 것이 그거를 합쳐가지고 굉장히 친밀감 있는 지도자다, 이런 식으로 자꾸만 부각시키고 있는 것 같아요. ”

정작 이런 기록영화들을 보는 주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시간이 흐르면서 기록영화의 선전과 우상화 효과는 줄어들고 있다는 게 탈북민의 얘기다.

<인터뷰> 박현숙(2014년 탈북) :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게끔 최소한의 경제적인 걸 보장을 해 주는 게 대통령인데, 그 사람은 그런 게 한 개도 없잖아... 그 영상 하나를 가지고 우리 사람들이 주민들의 마음은 돌아설 수 없어요. 그리고 뭐 김정은이 오는데 다른 사람들은 만세~ 하고 환호하는데 내가 혼자 가만히 있으면 나는 죽어야 돼. 그러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같이 뛰어드는 거예요.”

<녹취> 北 노래 ‘전진하는 사회주의’ : “우린 멈춰 서지 않는다. 우린 두려움을 모른다. 우린 폭풍 치며 나간다. 사회주의 승리의 길로~”

기록영화 제작 인력만 천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북한.

북한 당국은 비용 대비 선전 효과가 높다는 판단 하에 기록영화를 계속 제작하고 있다.

<인터뷰> 이우영(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 : “기록영화가 어쨌든 그 시점에서 북한 당국이 지향하고 있는 정치적 목표라든지 이런 것들이 가장 즉시적으로 반영되는 거라고 볼 수가 있겠고, 북한 주민들의 그 현 단계에서 문화적 취향이 어느 정도 반영 돼 있다고 볼 수가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여전히 기록영화는 우리가 (북한) 정권의 목표라든지 북한 주민의 문화적 취향, 이런 것들을 볼 수 있는 중요한 그 텍스트라고 좀 봐야 될 것 같습니다.”

비록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과 연출이지만, 매년 수십 편씩 쏟아져 나오는 기록영화 속에서 현재의 북한 체제와 그 이면을 볼 수 있다.

북한 기록영화는 계속 제작되겠지만, 영원한 거짓말이 없듯 이미지에만 기댄 정치 기법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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